한미 FTA

韓美수출입업계 자율규제협정 통해 해법 모색(2008.6.4)

joon mania 2015. 7. 27. 18:30
韓美수출입업계 자율규제협정 통해 해법 모색
(2008.6.4)
미국 정부 강경ㆍ온건 양면작전으로 실리추구
일부 美교수 "쇠고기 수입안하면 FTA도 끝장"

◆美 30개월이상 쇠고기 수출중단 가능할까◆ 

3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협의에 앞서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이혜민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왼쪽부터)가 모여 고시 유보 후속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한ㆍ미 쇠고기 협정에 대한 한국 측의 새로운 제안에 대해 미국 정부는 수용이나 거부 등 한쪽으로 정리된 답변을 내보이지 않았다. 

한국 내 국민들의 격앙된 감정을 고려해 명확한 거부 자세를 보이지는 않으면서 이미 합의된 협정 자체에 대한 재협상을 수용하겠다는 뉘앙스는 절대로 내비치지 않고 있다. 양국 수출입 업계의 자율적인 규제로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아침(현지시간) 백악관과 무역대표부(USTR)는 각각 대변인 명의의 짧은 성명을 통해 일단 우려를 표시하면서 "한국 정부의 계획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니 프라토 백악관 부대변인과 숀 스파이서 USTR 대변인은 각각 이 같은 기본 방침을 천명한 뒤 "앞으로 우리의 우려가 확실하게 해소될 수 있도록 미국 관련 업계와 한국 측 상대간에 협력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의 발언을 통해 볼 때 미국 측 태도는 여전히 강경한 것으로 보인다. 버시바우 대사는 3일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유명환 장관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4월 체결된 한ㆍ미 쇠고기 협상 결과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국제기준에 따르면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에서 염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라며 "한국인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진실과 과학에 대해 좀더 이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내 저녁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와 똑같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데다 한국 소비자들의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세이프가드 수단도 있다"고 강조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그러나 미국 수출업계의 수출 자율규제에 대해서는 수용 가능성을 다소 열어놨다. 

버시바우 대사는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의 오전 발표와 관련해 "미국의 수출업자들이 쇠고기 월령을 표기해 수출하기로 한 것은 큰 진전"이라며 "미 수출업자와 한국의 수입업자 양측이 협의를 진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농식품부 장관이 오전에 발표한 내용이 무슨 뜻인지 파악하고 있다"며 "복잡하고 기술적인 문제인데 정부간 문제일 뿐만 아니라 수출과 수입업자에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니 좀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한국에서의 사태 전개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를 넘어 반미 기류로 갈 수 있다는 정황을 감안해 무조건 재협상 불가를 고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5개 대형 쇠고기 수출업체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산 수출 물량에 대해 30개월 미만 월령 표시를 하겠다는 공동 발표문을 내놓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쇠고기 수출업체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식의 입장을 내놓을 경우 양국 협정의 재협상이라는 부담은 피하면서 사실상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출하는 실질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한ㆍ미 쇠고기 협정에 대해 한국 측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될 경우 생길 수 있는 후폭풍이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자동차 분야에 대해 거듭 재협상을 주장하는 미국쪽 정치권에 이번 일을 기화로 꼬투리를 잡히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 무기 도입 등 방위산업 분야에서의 협상에서도 한국 측에 대한 미국의 신뢰 문제 제기에 시달릴 수도 있다. 

한편 그래그 섀퍼 미 로욜라대 교수는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다면 한ㆍ미 FTA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 LA = 김경도 특파원 / 서울 = 정혁훈 기자]